1.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가 결국 서울시 의회에서 가결되었다. 성소수자 등 차별금지라는 원안 취지가 살아있다면 그걸로 일단은 됐다고 생각했고,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 외엔 조례의 단계적 지위상 별 생각을 하진 않았다. 조례는 제정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이 생명인데 어떻게 제어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2.
체벌에 대한 조항이나 질서유지 관련 조항 등을 근거로, 조례안이 법령위반이라며 문제삼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이 들어맞아버렸다. 교육권 침해 등으로 인한 상위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3.
조례안에는 구체적 내용도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선언성 조항이 많다. 물론 학생의 인권은 제한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하고 널리 선언한 것만으로도 어디냐 싶다. 하지만 조례도 재판의 준칙인 점에서 좀 더 뚜렷할 필요가 있고, 선언성 조항만 가득할 경우 헌법에 다 써 있는 걸 쓸데없이 또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기 마련인데다, 법령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법률적합성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지방자치법 제22조).
선언성 조항이 조례에 있을 경우 실제 구체적인 실현은 학교의 교칙에 거의 백지위임되어버릴 위험이 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지만, 내가 느끼는 인권과 상대가 느끼는 인권, 조직이 느끼는 인권의 질감은 다를 수밖에 없어 선언적인 학생인권조례 조항들이 더 악화를 구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좀 들었다랄까.
개인적으로는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켰으니 이를 딛고 학생인권기본법으로 갔으면 한다. 조항도 훨씬 손질해서 교육 관련 법률에 흩어져 있는 학생의 인권과 그 제한에 대한 부분을 전부 흡수하고, 학생의 자유와 학생의 관리 등등을 별개의 장으로 두며, 영장없는 소지품검사와 압수물의 반환거부 금지(이는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상급기관인 교육청 등의 학교에 대한 인권관리감독, 법원의 최종적 통제, 소수자차별금지 위반에 대한 직접적 제재, 학교와 국가의 의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명문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이미 어느정도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뚜렷한 '법률' 의 수준으로 올라와버리면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며, 학생인권이 조례에서조차 간신히 통과되었다는 상황도 극복되어야 할 것 중 하나이다.
추가 : 학생인권 관련 사안(크게는 왕따 사건 같은 경우) 공판절차 및 심리에서의 특칙도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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