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링크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100101070123150002&w=nv
일단 저 사건 범인이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12년은 확실히 적지. 하지만 판사는 먼저 무기징역을 선택하고 심신장애로 인한 필수적 감경을 했다. 판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법률에 구속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다고 저걸 삭제를 해... 그저 할말을 잃었다. 저리 하면 유기징역과 무기징역을 구분하는 의미가 없잖는가. 한 징역 60년 선고하면 그게 무기징역하고 다를 게 뭘까, 그럼 각칙의 수많은 무기징역형을 정해둔 범죄들의 형량은 다 어떻게 조절하고(일례로 강간살인죄는 사형/무기징역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법무부에서 형법 전면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저런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은 정치쇼고 의원입법의 낭비다. 요새 수업때 지적되듯 정부입법의 엄격한 절차통제를 피하려는 걸까? 정부입법(법무부 제출안)으로 이뤄진다면 42조 삭제는 불가능한 일이다.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에 법제처의 내부 검증과정에서 걸러내 버릴 것이다. 인기영합성 개정안이 통과되어 헌법위반을 불러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왜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개정안은 발의하지 않는 것인가? 차라리 범죄피해자보호법이나 형사피해자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게 훨씬 합헌적이고, 현실과 괴리된 보상범위/보상금 지급에 대한 보완책도 도모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형법 제42조를 삭제한다면, 그 부메랑은 강간범 뿐 아니라 우리에게 돌아온다. 형법 제42조는 엄연히 모든 범죄와 형벌의 일반원칙을 정하고 있는 형법총칙의 규정이지 강간과 추행의 죄만을 적용하는 규정이 아니다.
이것은 상군의 법이 추구하던 혹형주의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혹형으로 쳐넣으면 분풀이 이상의 무엇이 된다고... 조국 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음주감경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심신장애 감경에 대한 형법 제10조나 유기징역 상한을 정하는 제42조를 삭제하자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마을을 불사르는 것이다. 분노의 목소리가 마치 버서커 같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전사는 버서커여선 안된다. 타겟을 정확히 하고 도끼질을 해줘야 한다.
형이 가볍다는 국민의 분노는 정당하다.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분노는 자신들의 방어막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방어막을 섬세히 다듬는 것으로 풀려나가야 한다. 이것은 엘리트주의나 우매한 대중의 의사랍시고 비웃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게 국민의지의 정확한 반영이고, 입법자들과 법률가들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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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기사 제목만 보면 확정판결을 행정부나 입법부가 파기하고 형을 새로 정한 줄 알겠다. 사실은 유기징역의 한계규정인 형법 제42조 삭제발의 + 음주감경의 기준 마련에 관한 기사임에 유의.
- 2009/10/04 14:31
- kirameki.egloos.com/1538466
- 덧글수 : 15
태그 : 형법









덧글
하얀머리 2009/10/04 14:36 # 답글
확실히, 교화적 측면의 형벌은 이미 없어졌다는 게 맞는듯.근데 한나라당이? 우리나라를 북한이나 구소련처럼 만들 셈인가..
저게 통과된다면, 말 한번 잘못하면 아오지 종신형이겠군.
위시 2009/10/05 01:37 #
교화적 측면... 간단히 말해 새사람 만드는 걸 목적으로 하는 거지? 그 관점을 전제하면, 교화적 측면의 형벌은 존재한다기보단 형벌을 운용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정말 교정행정의 발전이 좀 필요해. 학교서도 강의하러 오시는 변호사님이 검사장까지 하셨는데 교정행정이 60년대 수준이라고 하시더라고.하여튼 한나라당 쪽 의원입법이라지? 통과되어도 저 경우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었다거나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맞을 확률이 높고, 경합범가중 규정 등과의 체계정합을 생각해보아도 좀 아귀가 안 맞는 것 같아.
ㄷㄷ 2009/10/04 15:01 # 삭제 답글
남미처럼 한 300년형 정도 먹이는 건, 징벌적 의미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무기징역 같은 경우에는 죽을락말락 할 때 쯤 되면 가석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위시 2009/10/05 01:54 #
너님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반말을 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여튼 그 때 징역형을 무기가 아닌 유기형으로 선고한다는 것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걔들은 소추절차부터 양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우리랑 아예 다르다.
blus 2009/10/04 15:48 # 답글
한나라당내에서 저것 외에도 누범규정을 포괄화해서 누범가중처벌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는데... 결국 형법 42조폐지를 택했나보군요. 참 편하게 정치하시는 양반들입니다.
위시 2009/10/05 01:55 #
형법은 젠가가 아닌데 말입니다.
aaa 2009/10/04 16:42 # 삭제 답글
어이쿠..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사람들 좋아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듯 하군요."안 저지르면 되는거 아니냐?" 이 한마디로 모든게 정리되는 사람들이 혹형주의의 폐단을 알아차려주길 기대하는건 무리겠죠.
위시 2009/10/05 01:57 #
혹형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이란 존재의 가치를 혹형을 통해 그마만큼 싸구려로 평가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주구쓰 2009/10/04 19:31 # 삭제 답글
입법자?법률가들의 사명?ㅋㅋㅋㅋㅋㅋㅋ 십 같은소들 하고 있네. 고마 형량이고 지랄 이고 금마 죽이라 고마.
위시 2009/10/05 01:57 #
너님은 한번 피고인으로서 형사절차 체험을 해보기 권함.
알바트로스 2009/10/05 15:35 # 삭제 답글
조국 교수가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대안을 밝혔네요. 조 교수의 생각은 위시님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당. http://news.joins.com/article/202/3806202.html?ctg=2001
위시 2009/10/05 20:21 #
링크 고맙습니다. 봤던 기사에요. 대륙법계 시스템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합니다.
검은달빛 2009/10/17 13:49 # 답글
으앍?!한나라당에 법학 배운 사람 없나요? 없는 거예요?
blus 2009/10/27 00:51 #
나경원씨가 설대 법학 석사죠.(먼달)
위시 2009/10/30 00:14 #
법학 배운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 저건 법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없어서라고 봅니다.